
암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은 후, 본인이 어떤 암에 걸렸으며, 그 암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암은 몇 종류가 되는지’ ‘오래 살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암세포가 갑자기 퍼지면 어떡하는지’ 같은 것들을 항상 물어보십니다. 이때, 저는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들은 충분히 설명해 줍니다. 그 후,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죠.
“암은 인간의 모든 장기, 피부, 상피세포 등 살아 있는 조직 어디에서든지 생깁니다. 머리카락, 손발톱, 치아를 제외 한 모든 장기에서 생길 수 있고, 혈액과 뼈에도 생깁니다. 암은 약 270여 종이 있습니다. 생기는 모양이나 크기, 환경 등 모든 게 다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면, 세계 인구와 동일한 70억~100억 가지의 암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하게 발생하며 제가 가장 많이 집도한 ‘위암’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위암은 환자마다 생기는 위치, 모양, 크기, 조직 분화도, 발생 원인이 다릅니다. 발병 원인이 다르다면 당연히 사람마다 치료법도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맞습니다. 획일적인 치료 시스템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모순이죠. 같은 위암이라고 할지언정, 그 치료는 환자의 여건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보호자의 태도, 환자의 나이·상태·의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 환자에게 맞는 ‘맞춤 치료’가 돼야 합니다. 사실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여야 합니다.
“죽으면 죽었지, 약물 치료는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 죽더라도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항암 치료는 사는 게 아닙니다.”
갓 육십을 넘어선 교수 환자의 발언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예순은 마치 젊음일 정도이나, 그는 자신의 생활 방식에서 갈망하는 부분을 포기했다. 그는 약물 치료 효과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통증 때문에 매달리는 대신 항진통제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단기간이라도 안락하게 살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런 입장인 그에게 나는 약물을 사용한다면 구역감, 오심, 설사, 탈모 및 빈혈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만약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질병 상태가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그 환자는 저의 조언으로 인해 약물 요법을 시작하였으나 단지 하나의 주기 동안만 받아 이후에는 중단하였습니다. 대신 그는 면역 체계를 강화하여 암과 함께 생활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결국 그의 결정은 정당함을 입증받았으며, 이것은 지금 당사자의 행복한 삶에서 나타납니다. 그 환자는 거의 3년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만약 계속 이렇게 된다면 실망스럽지 않을 것으로 자신감을 표현했습니다.
다른 사례로, 그때 그분은 간암 말기(4단계) 진단을 받아 피부색이 어두워지면서 검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생명력마저 서서히 빠지는 느낌이었죠. 그러나 몇 개월 동안 치료를 통해 증상이 좋아졌고, 이에 자신감을 얻어 더 적극적으로 수술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고 권위자를 찾아간 그는 해당 전문가에게 수술 가능성과 일정까지 문의하였다고 하네요.
한번 다시 고민해 봐 주십시오. 현재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은 별 의의가 없어요. 간에는 이미 두 곳에 암 세포가 있으며 그 크기가 12센티미터라서 수술하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중요한 점은 신체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수술을 이겨내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내 의견에 반해서 환자가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불보듯 뻔했습니다. 절개를 해본 결과 이미 치료할 수 없을 정도의 복막암 종양 상태여서, 이식된 암 세포들이 있는 림프 결절들만 제거한 다음 재봉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그 환자는 수술 후유증 때문에 오랜 기간 고통받았고, 회복되지 않은 체력을 되찾으려다 더욱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나중에 '수숤했다가는 좋지 않을 거란 내 조언을 들어주면 얼마나 좋겠나'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죠.
어느 측면에서 볼 때 '수술'은 인체의 면역 체계를 의도적으로 침해하는 가장 극단적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수술로 인하여 방어막이 파괴되더라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욱 클 경우에는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들이 상당히 큰 비중이라 판단된다면, 수술하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던 환자와 같은 경우에도 수술 여부를 놓고 보았을 때, 약 1 대 99 또는 10 대 90의 확률로 본다면 수술보다는 다른 길을 택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든 오래 살아보고 싶었던 그 사람의 간절함 때문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암을 치료하다 보면, 어려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든 환자든 ‘겸손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술을 잘할 것이라는 의사의 오만, 오래 살고 싶다는 환자의 욕심이 가끔 화를 부릅니다. 반면 최선을 다해 감사하고 남은 시간을 성실하게 살겠다는 겸손함은 복이 되기도 합니다.
선택의 때마다 모든 사람은 무리를 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해요. 그것은 간단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부적절한 결정 때문에 지게 되는 비용이 매우 클 것이므로 더욱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합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 외롭고 힘드시죠?
암 환자 지친 마음 달래는 힐링 편지부터, 극복한 이들의 노하우까지!
https://health.chosun.com/amirang/amirang.jsp?ref=page
↑지금 바로 무료 구독 신청하세요.